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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19 19:31
  • 수정 2022.01.20 07:30

“퇴직금 달랬다고 미등록 이주노동자 집단 폭행...엄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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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노동부에 신고했느냐, 내가 태국사람 손목도 잘랐다”
-‘불법체류자 있다’ 신고, 경찰은 피해자를 수갑채워 연행
-"한국 사회와 법이 ‘그래도 된다’ 방조하고 묵인한 사건"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퇴직금 지급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집단 폭행을 당했다.

퇴직 전 일했던 업체의 사업주는 회사 관리자 2명과 함께 피해자를 폭행했다. 회사로 끌고간 뒤에는 경찰에 ‘불법체류자가 있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피해자에게 수갑을 채워 연행했다. 곧이어 출입국사무소는 출국을 명령했다.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는 19일 오전, 성서경찰서 앞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집단 폭행한 사업주의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는 19일 오전, 성서경찰서 앞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집단 폭행한 사업주의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는 19일 오전, 성서경찰서 앞에서 사업주의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출동한 성서 경찰의 대응을 규탄하는 한편,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탄압하는 고용허가제의 폐지도 촉구했다. 기자회견 직후에는 사업주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피해자 라트나 (가명, RATHNA)씨는 2014년 1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약 7년간 성서공단 ‘지오테크(알앤에스)’에서 일했다. 라트나 씨에 따르면 업체는 최저임금조차 지급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퇴직하게 됐다. 퇴직금도 300만원을 주겠다는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근무기간 중 발생한 퇴직금은 1,400만원이 넘는다.

그래서 라트나 씨는 1월, 미지급된 임금 및 퇴직금을 받기 위해 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사장인 권 모씨는 12일 진행된 노동청 조사에서 체불임금을 지급을 합의했다. 그러다 지난 16일, 돌연 라트나 씨의 집에 침입해 폭언과 폭행을 자행한 것이다. 권 모씨와 관리자 2명은 오전 8시 40분 경, 다른 업체에서 일하다 퇴근하는 라트나 씨를 기다리다 덮쳤다.

당시 라트나 씨는 보복이 두려워 거주지를 옮기고 휴대폰 번호도 바꾼 상태였는데, 사업주 일당은 수소문 끝에 피해자의 집을 알아냈다.

 

기자회견에 참가자가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기자회견에 참가자가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사업주 일당은 라트나 씨를 집에 몰아넣은 뒤 집단 폭행하는가 하면, “왜 노동부에 신고했느냐, 내가 태국사람 손목도 잘랐다. 사람도 죽였다” “경찰에 신고하면 스리랑카까지 찾아가서 너를 죽이겠다 돈이면 뭐든 다 되는 세상이다”라며 협박했다. 이는 권 모씨가 평상시에도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이주노동자들에게 해왔던 말로 알려졌다.

사업주 일당은 라트나 씨의 집에 침입하자마자 피해자의 휴대폰을 빼앗았고, 전화번호가 저장된 유심칩을 뽑아 버렸다. 권 모씨가 피해자를 폭행하는 동안 일당은 집 도어락 비밀번호를 바꾸기도 했다. 물리적 강제력을 동원해 모종의 각서에 지장을 찍게 했다. 피해자는 이를 체불임금 포기 각서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후에는 라트나 씨를 붙잡아 일당의 차량에 강제로 탑승시켰다. 그리고 성서공단 지오테크(알앤에스)로 이동한 뒤에 경찰에 “불법체류자가 있다”고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성서 경찰은 피해자인 라트나 씨에게 수갑을 채워 연행했다. 곧이어 출입국 사무소는 라트나 씨에게 기한이 2월 15일인 출국명령서를 발부했다.

한편 사업주 권 모씨는 지오테크(알앤에스)를 운영하는 것 외에도 이전부터 마사지업소 등에 태국인 노동자 80여 명을 파견하는 일을 해왔다. 그러다 퇴직금을 요구하는 이주노동자가 있으면 마약을 한다는 증거를 만들어 경찰에 신고, 강제추방 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임금을 착복해 왔다고 전해진다.

 

기자회견에서 라트나 씨는 “‘사장님이 XX야 앉아' 하고는 부러뜨린 막대기를 목에 대고 ‘XX야 나한테 왜 이렇게 해’했다. ‘바지 벗어라’해서 때리지 마세요 했는데, 사장님이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막대기로 엉덩이를 때렸다. (지금도) 무서워서 잠도 못자고, 밥도 못먹겠다. (가만히 두면) 다른 외국 사람들도 계속 문제 생긴다. 감옥 보내달라”고 말했다.

 

김헌주 경북북부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헌주 경북북부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헌주 경북북부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은 “이번 사건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경찰은 불법 체류자라는 신고만 들어오면 정황도 살피지 않고, 잡아간다”라며 “행정법을 위반했다고, 차를 운전하다가 과속을 했다고 감금하거나 추방하는 사례를 본 적이 있나. 그럼에도 정부는 방역 등 필요할 때만 ‘단속 안하겠다’고 말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정아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사무처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정아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사무처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정아 사무처장은 “그저 나쁜 사장을 만난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와 법이 ‘그래도 된다’ 방조하고 묵인한 사건이다. 엄중하게,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다면 ‘이주노동자를 마음대로 가져다쓰고 버려도 된다’고 밝히는 일이 된다. 착취가 아니라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 그 시작은 고용허가제 폐지다. 인간을 존중하는 상식적인 나라를 만들기 위해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박정민 변호사가 고소장을 제출하고 있다.
박정민 변호사가 고소장을 제출하고 있다.

한편 피해자와 법률대리인 박정민 변호사는 성서경찰서에 사업주 등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혐의는 협박, 폭행, 감금, 주거침입, 상해, 강요 등이다. 이주연대회의는 노동청에도 최저임금 위반 및 체불임금 미지급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후로는 예정된 강제 출국에 대응하고, 가해자를 엄벌에 처하는 재판 결과를 받아내고자 한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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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at 2022-01-20 18:15:02
처리해야돼요.